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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짱아... 하늘호수차밭쉼터를 다시 찾다 (원부춘-가탄)

작성자
watermap
작성일
2019-11-17 10:47
조회
25572
"잘 지내셨죠?"

# 1
지리산둘레길 '원부춘-가탄'코스의 유명세는 '꽤 힘든 오르막 내리막 길', '조영남의 화개장터', '이국적인 차밭', '쌍계사'도 아닌 '하늘호수차밭'때문이다.

2012년 이 코스가 처음 생겼을 무렵 가을, 하늘호수차밭에 들렀었다. 그리고 벌써 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서너번 이상 이 코스를 더 걸었지만, 하늘호수쉼터를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지나쳤는지 기억이 묘연하다.

원부춘에서 가탄길은 1,100고지가 넘는 형제봉을 뒤로 하는 첩첩산중코스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질 듯한 내리막길을 네발로 기어가듯 한시간쯤 내려오면 마주치는 산속 카페가 있다.

카페라고 하니 멋진 조명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도시의 그것쯤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하늘을 호수 삼고 차밭을 정원 삼아 쥔장이 직접 나무로 지은 산속 쉼터다. 하지만 이 코스 끝 너머에 있는 화개장터처럼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어도 될 것들은 또 없다. 특히 이곳 바람과 쥔장부부의 따뜻한 미소는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명품이다.

사실 여기를 찾은 전날 이곳에 전화를 했었다. 혹시 간단한 식사가 가능할지 묻기 위해서였다. 너무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셔서 혹시 7년전 우리를 기억하시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다음날 들러가기로 약속을 하고....

# 2
일행에 앞서 내리막을 달려 10분쯤 먼저 '하늘호수차밭'쉼터에 도착했다. 부부로 보이는 방문객 두분이 먼저 쉼터를 둘러보고 계셨고, 그 옆으로 프리다님이 보이신다. 닉네임 '프리다'. 이곳에 정착하신 사연이 그 닉네임 하나로 설명 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다음번엔 그 사연을 꼭 여쭤봐야겠다.

반갑게 맞아주신다

"어제 전화주셨죠? 잘 지내셨어요?"

'오? 잘 지내셨어요? 정말 나를 기억하시나?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많은 사연을 가지고 이곳을 지나치셨을텐데, 정말 기억하시나?' 궁금했다.

"네. 근데 저를 기억하세요?"

"얼굴이 낯이 익어서요. 구체적으로 기억은 없지만, 꽤 낯이 익어요." 역시 나는 아니었다. ㅎㅎ ^^; 다시 말을 이어본다.

"짱아..."

"아 맞다. 짱아!! 아이고~~"

역시 내가 아닌 짱아였구나.

그 뒤로 이야기가 길었다. 7년전 6살 꼬맹이가 들러 만들었던 인연을 구석구석 다 기억하신다. 기억력 대단하시다. 이내 남편 쥔장님이 쉼터로 들어오신다. 프리다님이 짱아네라고 소개를 마치자 마자 두 손을 맞잡으시며 반가워하신다. 그 동안 많이 생각하시고 종종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 3
한 시간여를 허기를 달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많이 부족하다. 조만간 꼭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작별 인사를 짧게 한 후, 일행과 함께 남은 길을 나섰다. 다시 올 때는 직접 지으신 통나무방에서 1박을 하는 것도 좋겠다. 꼭 건강하게 다시 만나뵙기를 감사인사와 함께 문자메시지로 주고 받으며 약속했다.

지리산둘레길에 오면 늘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이 행복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쓰며 살아야한다.'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둘레꾼들은 저마다 사연을 들고 찾는다. 내려놓을 짐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때로는 아프고 슬픈 절망에 찾기도 한다. 우리 가족도 그랬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은 치유와 쉼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용기와 행복을 선물한다.

오늘도 마음가득 행복을 선물 받아 간다. 지리산둘레길을 묵묵히 지켜오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이 길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내려오는 길에 짱아에게 물었다.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이 어때?"

"너무 좋아! 너무 고맙고..."

"그래서 넌 잘 살아야 해. 근데 잘 산다는게 뭘까?"

"......"

짱아에게 더 이상 말하진 않았지만, 알고 있을것 같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누군가를 기억하며 사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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